31세이브 활약에도 백지 위임…'41세 베테랑' 오승환의 책임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했지만 '돌부처'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은 개인보다는 팀 성적,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우선이었다.
삼성은 지난 11일 오승환이 연봉을 백지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봉을 '협상'하지 않고 구단이 정해주는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대부분 이런 선택은, 개인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데 오승환은 다르다.
지난해에도 오승환은 여전히 팀의 뒷문을 책임지며 경쟁력을 보였다.
57경기에 출전해 6승2패 3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물론 전성기 때만큼의 '포스'는 아니었고 한때 컨디션 난조를 보이기도 했지만 만 40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오승환이 연봉 백지 위임을 선언한 것은 팀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1년 정규시즌에서 KT 위즈와 타이브레이커까지 가는 접전 끝 2위를 차지했던 삼성은 지난해 1년만에 7위로 추락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중에는 허삼영 감독이 사퇴하는 악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팀 내 최고참인 오승환은 연봉 협상보다는 새 시즌 반등을 위한 컨디션 관리에 좀 더 매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삼성 구단도 "오승환이 지난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16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구자욱(25억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특히 2023시즌부터는 팀 연봉 총액 상한선인 샐러리캡이 적용되기도 한다. 책임감과 함께 팀의 고민도 덜어줄 수 있는 결정이었다.
백지위임을 받은 구단은 동결 혹은 삭감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의 나이와 팀 성적, 샐러리캡 등 여러 요인을 감안했을 때 삭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데뷔 이래 삼성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의 상징성과 '백의종군'에 대한 예우 등을 감안해서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오승환이 2023시즌 이후 FA가 된다는 점이다. 어느덧 만 41세가 된 오승환이 언제까지 현역 생활을 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경쟁력은 충분하다. 오승환이 시즌 후 FA로 이적한다면 전 시즌의 연봉이 보상금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큰 폭의 삭감은 쉽지 않다.
'황금세대'를 풍미했던 82년생 동갑 친구들이 하나둘 은퇴하는 가운데 추신수, 김강민(이상 SSG 랜더스) 등과 함께 현역 생활을 이어갈 오승환의 2023시즌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