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23)러, 막대한 희생 끝 바흐무트 점령했지만…"오히려 독 될 것"

1년 가까이 전투가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최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가 막대한 희생 끝에 승리를 선언했지만, 전략적 관점에선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만간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될 터인데,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에 노출된 폐허에 불과한 이 도시를 계속 점령하려면 가뜩이나 부족한 병력을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밀어 넣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은 러시아 정부에게는 강력한 상징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작년 여름 리시찬스크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도시 점령에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탄약과 정예병 상당수를 희생해 바흐무트를 지키려 했던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에선 실패가 아닐 수 없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실제 러시아 국영 TV 방송과 친(親)크렘린계 신문들은 바흐무트에서의 승전 소식을 현지 특파원발 보도 등으로 전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심지어 방송 인터뷰에 응한 일부 병사들은 바흐무트 점령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나치 독일의 수도였던 베를린을 점령한 것에 비유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바흐무트를 점령한다고 전쟁의 향방이 눈에 띄게 바뀌는 건 아니란 점이다.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의 '완전 해방'이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목표에 비춰볼 때 도네츠크주 소도시인 바흐무트의 점령이 갖는 의미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통의 요지로 돈바스 점령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전략적 가치도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함락에 대비해 주변에 겹겹의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빛이 바랜 실정이다.
NYT는 "폐허가 된 이 도시를 손에 넣는다고 돈바스 전역을 정복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더 큰 목표에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내외적으로 점령 사실을 선전한 만큼 이후 바흐무트에서의 상황이 악화해도 쉽게 병력을 뺄 수 없게 됐다는 점도 러시아군 입장에선 난감한 대목이다.
이미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주변 고지대를 점령한 뒤 도시를 점령한 러시아군에 포격을 퍼부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달 초 바흐무트 남쪽과 북쪽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는 등 3면에서 도시를 압박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2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외곽 고지대를 최근 재탈환했다면서 "적들이 바흐무트에 계속 머무는 것이 정말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은 바흐무트에 러시아군의 발이 묶인 사이 다른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이른바 '대반격' 작전이 개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바흐무트 전선에서 자신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러시아군을 붙들고 소모전을 하게 만들어 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