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23)'금의환향' 박지원 "크리스털 트로피, 선수촌 가져갈 것"

[인천공항=뉴시스] 김희준 기자 =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 박지원(27·서울시청)이 크리스털 트로피를 안고 '금의환향'했다.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6차 대회에서 금메달 14개, 은메달 4개를 수확해 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한 박지원은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박지원은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담으며 새 에이스의 등장을 알린 박지원은 2차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를 수확했고, 3차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땄다.
4차 대회에서 3관왕, 5차 대회에서 2관왕에 등극한 박지원은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인 6차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에이스의 면모를 이어갔다.
박지원은 월드컵 랭킹 총점 1068점을 획득, 2022~2023시즌 월드컵 개인 종합 1위에 올랐다. ISU가 올 시즌 월드컵 창설 25주년을 맞아 월드컵 1~6차 대회 전체 성적으로 남녀 종합 1위를 선정해 특별 트로피인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여했는데, 박지원의 차지가 됐다.
박지원은 "크리스털 글로브라는 멋있고, 아름다운 트로피의 첫 주인공이 돼 너무 기쁘다. 그 기쁨이 아직까지 실감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트로피를 품에 안았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박지원은 "만감이 교차하더라. 월드컵 1~6차 대회의 모든 경기가 생각났다. 어려웠던 경기도, 잘 풀렸던 경기도 생각이 났다"고 떠올렸다.
지난 13일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막을 내린 월드컵 6차 대회를 마치고 ISU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트로피를 어떻게 비행기에 실어 집으로 가져갈지 고민"이라고 했던 박지원은 "케이스를 따로 주시더라. 안에 내장재를 완벽하게 채워서 깨지지 않게, 소중하게 가지고 왔다"고 밝혔다.
역시 ISU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털 트로피를 밥 먹을 때, 잠 잘 때 곁에 둘 것"이라고 했던 박지원은 "너무 소중한 트로피다. 본가에 가서 부모님께 잠깐 보여드리고, 선수촌에 가지고 들어갈 것이다. 누울 때, 일어날 때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겠다. 하루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 보면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2015~2016시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박지원은 황대헌(강원도청), 린샤오쥔(중국·한국명 임효준)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뚫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2020~2021시즌, 2021~2022시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박지원은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 황대헌 등이 빠진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박지원은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3년 동안 더 완벽하게 준비를 했고, 준비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외국 선수들이 나를 잠시 잊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 선수들이 내 이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도록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매번 똑같은 것을 고수하지 않고, 변수가 많은 쇼트트랙에서 상황에 맞게 레이스를 한 것이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라고 자평했다.
올 시즌 최고의 레이스를 꼽아달라는 말에 박지원은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1000m 결승을 꼽았다. 당시 박지원은 3바퀴를 남겼을 때까지 하위권에 처져있었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며 아웃코스로 추월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지원은 "월드컵 6차 대회 1000m 결승이 월드컵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경기였다. 다른 때보다 더 1위를 차지하고 싶었다"며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선수들이 움직이는 상황을 봤는데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혹시나 될까'하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린샤오쥔과 선두를 다툰 끝에 견제를 이겨냈던 박지원은 "누구랑 레이스하는지 알고 있었다. 특별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며 "팀원들이 열심히 만들어 준 이 자리를 꼭 지켜서 1위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손흥민(토트넘)의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던 박지원은 "손흥민 선수의 팬이고, 축구를 좋아해 경기를 자주 본다. 손흥민 선수가 축구 대표팀 주장인데, (쇼트트랙 대표팀의)주장인 나도 배울 점이 많다"며 "그런 마음을 담아 세리머니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지원의 시선은 오는 3월 10~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향해있다.
박지원이 처음 시니어 무대를 밟은 2015~2016시즌, 서울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박지원은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데뷔했던 장소가 서울이었다. 이번에도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금메달은 14개든, 20개든 딸 때마다 기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무조건 많이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